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치인이다. 정치인 하면 으레 술, 그 가운데서도 폭탄주를 떠올리지만 그의 이미지를 술과 연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장관에 취임하자마자 대학생들에게 술 주권, 다시 말해 음주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확실하게 말하고 올바른 대학생 음주문화를 강조하는 편지글을 써 「유쾌하고 기분 좋은」 입길에 올랐다. 그는 이런 일회성 글쓰기에 그치지 않고 그 동안 다른 장관들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뤘던 새로운 음주문화 만들기에 내공을 토해 내고 있다. 그 열매가 「파랑새 계획 2010」이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국가 알코올 종합계획 「파랑새 플랜 2010」은 정말 때맞춰 나온 국민건강증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18~64세 인구 중 알코올 사용에 문제가 있는 인구는 221만 명(6.8%)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소주, 위스키 등 독한 술 소비량은 세계 4위다. 술로 인한 피해도 심각하다는 조사 결과 발표가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는 음주에 관대한 문화와 잘못된 음주습관으로 질병은 물론 아내와 자녀 폭력 등 가정 문제, 과음 후 잦은 결근에 따른 생산성 감소, 음주운전 사고 등 각종 사고가 발생해 한 해 약 15조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술에 과대해서는 안 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리고 술 문화를 확 바꿔야 할 때가 됐다. 그 바탕이 될 만한 말을 유 장관이 했다.

『술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입니다. 싫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권하는 일도, 권한다고 해서 싫은 술을 억지로 받아 마시는 일도 이젠 그만 두어야 할 때입니다.』

술 권하는 사람과 술을 강요당하는 사람 모두 음주에 대해 관대한 지금의 술 문화를 만들어온 공범인 것이다.

▶ 사회적으로 음주폐해가 만연되어 있는데

▷ 『어느새 술은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 버렸습니다. 어떤 자리이든 술이 빠지는 곳이 없을 정도지요. 적당히 마시면 사람들과 즐겁게 어울리고 분위기를 좋게 하지만 지나치다 보니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되지요. 멀쩡한 사람이 술만 마시면 폭력 남편이 되고, 얌전하던 사람도 술을 마시면 돌변해서 운전대를 잡고 사고를 내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수많은 강도·살인·성범죄들도 술과 많은 관련이 있고요』

▶ 알코올종합정책은 어떻게 나오게 되었나

▷ 『저도 어릴 때부터 제사를 비롯해서 많은 행사 때 마다 술 마시는 모습들을 봐 왔고, 우리 사회는 어느 나라보다 술에 관대한 문화가 뿌리 깊습니다. 직장에서도 「술 잘 먹는 사람이 일도 잘 한다」는 농담까지 할 정도니까요. 만연된 술 권하는 분위기로 술을 강요하거나 과하게 마시고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너무도 많습니다. 사정이 이러니 더는 알코올 문제를 그냥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그 폐해가 너무나 심각합니다』

▶ 파랑새 플랜은 어떤 것입니까?

『우선 음주에 관대한 문화와 잘못된 음주습관을 개선하고, 시민 및 전문가 단체 등과 음주문화바꾸기 공동체인 파랑새포럼을 마련하고, 보건소 및 교육기관에 절주학교를 운영하며, 알코올중독 환자들의 치료와 재활을 돕기 위해서 국립서울병원과 국립부곡병원에 알코올중독 전문치료센터를 운영하고, 현재 26군데에 불과한 알코올 상담센터를 2010년까지 96곳으로 늘려 인구 20만 명이 넘는 시군구에는 하나씩 설치하려고 합니다. 중독자들의 재활과 사회복귀를 돕는 시설도 현재의 2곳에서 18곳으로 늘려나가겠습니다. 또한, 국공립공원과 운동경기장, 놀이시설 등의 자율적인 음주제한을 위한 음주청정지역을 선정토록 할 계획입니다』

▶ 청소년들의 음주비율도 늘어나고 있는데

▷ 『청소년들 음주문제도 심각하지요.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 나이가 점점 어려지고 있습니다. 작년 조사를 보면 15살에 술을 접한다고 하니까 청소년 음주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정신건강검진을 하고 학교와 연계해 상담 프로그램도 보급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지자체별 경찰청, 식약청, 시민단체 등과 불법 주류 판매 합동감시단을 구성해서 청소년 대상 주류 판매행위 감시도 강화할 생각입니다』

▶ 올 초, 대학생들의 음주문제를 우려하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 『저 역시 대학시절 선배들이 강제로 돌리는 막걸리 사발을 억지로 마시다 며칠 동안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선배들이 주는 술을 거부하면 분위기를 깨뜨리지는 않을까」 또는 「대학생이니까 이 정도는 마셔도 되겠지」하면서 마시게 되지요. 하지만 이런 악순환을 끊고 대학생들이 건전하고 건강한 대학생활을 하기를 바랍니다』

▶ 큰 조직을 관리하고 많은 교류를 해야 하는 자리에 계시는데 평소 술자리에서 어떻게 하시는지

▷ 『사람을 만나는 자리는 마다하지 않습니다. 함께 술을 많이 마셔야만 서로 어울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건강은 다른 사람이 대신 할 수는 없지요』

▶ 지방을 많이 다니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려면 몸 건강이 따라야 하는데 그 비결은?

▷ 『축구를 좋아합니다. 직원들과 어울려 축구를 하기도 하고 의원 축구 경기에도 참가합니다. 그리고 마음이 피곤한 일이 있을 때에는 짬을 내 낚시를 하기도 합니다』

안종주 | 『건강생활』 편집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