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 삼육대 약학과

얼마 전 「술에 약한 사람에게 음주를 강요하는 것은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로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삼천만 원을 지급하라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기사화된 적이 있다. 전산 관련 업체에 근무하던 ○씨(여성)는 평소 주량이 맥주 두 잔 정도로 술을 즐기지 않는 편이었다. 그러나 잦은 회식문화, 회사 상사의 강요성 권주와 새벽까지 계속되는 술자리는 약을 복용하면서까지 술을 마시도록 유도했고, 급기야 그녀는 장출혈로 회사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에, 그녀는 부서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재판부는 「술을 전혀 못하거나 조금밖에 마시지 못하는 사람에게 음주를 강요하는 것은 건강, 신념 또는 개인적인 생활을 포기하라고 강요하고 인격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상대방이 정신적 고통을 느꼈다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우리는 개인들의 형편과는 상관없이 강요성 권주로 난처케 하는 상황들을 가볍게 지나치는 경우들이 있다. 우리 사회는 음주의 후유증을 잘 알면서도 술을 못하는 사람이나 여성은 물론이고, 「한?두 잔은 괜찮다」면서 환자에게까지 술을 강권하곤 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한 잔의 술도 독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한다면 그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태도도 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음주를 특별히 조심해야 될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왜 조심해야 하는가?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술의 인체에 대한 영향은 에틸알코올(에탄올)이나 그 대사체인 아세트알데히드에 기인하며, 에탄올에 의해 발현되는 인체반응의 정도는 혈중 알코올 양과 알코올에 대한 반응민감성의 차이에 따라 결정된다.

이에 기초하여 보면 술에 약한 첫째 부류의 사람은 여성이다. 입으로 들어온 에탄올은 위(약 90%)와 소장을 통해 신속하게 흡수되며, 흡수된 에탄올은 체내 수분 분포와 유사한 양상으로 매우 빠르게 분포된다. 위에는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가 있어서 부분적으로 알코올을 분해하는데 여성은 남성에 비해 그 효소의 활성이 약하기 때문에 혈액 내로 더 많은 양이 들어가며, 분포과정에서도 체내 수분량이 남성 (약 60%)에 비해 여성 (약 54%)이 적기 때문에 동일 양의 에탄올을 섭취한 경우 수분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여성에서 알코올의 혈중 농도가 더 높고 그 작용도 더 강하게 발현된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알코올 대사효소의 활성을 방해하고 알코올에 대한 민감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알코올의 독성을 더 강화시킨다.

두 번째는 선천적 (유전적)으로 알코올 대사 능력이 약한 사람들이다. 위?장관을 통해 흡수된 에탄올 대부분은 간문맥을 거쳐 간으로 들어가서 간 세포들과 만나게 된다. 섭취된 에탄올의 90% 이상, 때로는 약 98%가 간에서 대사되는데, 적어도 2개의 효소계 즉, 알코올 탈수소효소계와 마이크로좀에탄올산화계(MEOS, cytochrome P450 IIEI)가 관여하고 있다. 그중 일차적 대사를 담당하는 효소가 아연 의존성 알코올 탈수소효소(alcohol dehydrogenase)이다. 에탄올은 알코올 탈수소효소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가 되고, 대사 속도는 간의 용량에 비례하며, 보통 정상성인이 이 효소로 대사 시킬 수 있는 에탄올량은 시간당 7~12g으로 맥주 두잔 정도에 해당한다. 알코올 탈수소효소에 의해 형성된 아세트알데히드는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에 의해 아세테이트로 신속하게 대사되어 배설된다. 이 때,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는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 형질에 따라 세 종류의 유전형이 세 가지 형태의 표현형으로 발현된다. 양부모로부터 활성형을 받으면 알코올에 대해 가벼운 반응을 나타내나, 한쪽 부모로부터 활성형을 다른 쪽으로부터 비활성형을 받으면 중간 정도의 반응을 (40%), 양쪽 부모로부터 비활성형을 받으면 강력한 홍조, 오심, 구토, 빈맥, 두통, 발한, 어지러움, 혼란 등의 심한 반응을 나타내게 되는데 아시아인(특히,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들의 약 10%가 이에 해당한다. 한 잔의 술에 의해서도 얼굴이 홍당무가 되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사람들은 알코올 분해 능력이 매우 약하기 때문에 밀밭 근처도 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전적 소인은 알코올 대사효소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알코올의 작용과정에도 나타난다. 한 통계 조사에 의하면 알코올 중독자들의 직계 자손들이 알코올에 중독될 가능성은 일반인보다 5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토드 털 박사에 의해 알코올 섭취를 자율적으로 조절하는 유전자도 확인되었다.

세 번째는 사춘기 이전 또는 사춘기 연령의 어린 사람들이다. 이들은 알코올 대사효소 활성도 약하지만 알코올 또는 아세트알데히드에 대한 민감성이 매우 높고, 알코올 중독에 빠질 위험성도 높으며, 습관적으로 음주를 하는 경우 중추신경계 독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2002년 미신경과학회는 신경의 발달과정에 알코올이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는 보고와 함께 15세 소년 음주자와 비음주자의 기억력 시험 동안의 뇌 영상을 발표하였다 (그림2.).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기억력 시험 동안 술을 마시지 않은 소년의 뇌 활동 (활동도 ? 핑크빛 범위)은 활발하지만 술을 마신 소년의 뇌 활동은 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 번째는 griseofulvin, metronidazol (항진균제), cimetidine (위산분비 억제제), disulpiram (알코올 대사효소억제제)나, aspirin (진통해열제) 등과 같은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 임산부, 간질환을  앓는 사람, 게임중독자 또는 약물중독자 등과 같이 특수한 경우이다. 게임중독자, 약물중독 및 알코올 중독이 상호 연관성이 있고 중독을 서로 강화시킨다는 사실들이 신경생물학적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으며, 알코올 대사능력은 간 기능에 의해 좌우되므로 간 질환자에게 술이 위험하다는 것과 임산부가 술을 자주 마시면 알코올 태반증후군을 가진 아이가 태어난다 것은 상식이다. griseofulvin, metronidazol, cimetidine, disulpiram 등은 알코올 대사효소의 활성을 억제하여 알코올이나 알데하히드의 분해를 저해하기 때문에 술에 의한 독성이 강화되고 aspirin은 알코올의 위장장애를 배가시킨다.

마지막으로 술에 대해 자신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하고자 한다. 간혹, 자신의 최대 음주량을 자랑삼아 떠들면서 자신은 술을 아무리 마셔도 괜찮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통상적으로 얘기하는 술이 세다는 것은 술을 분해하는 속도가 빠르고 알코올에 의한 반응성이 부분적으로 무디다는 것이지, 인체가 술에 버티는 힘도 강하다는 것은 아니다. 결국, 알코올에 의한 간이나 뇌 등 인체 각 장기의 손상 정도는 마신 술의 양 즉, 알코올의 혈중 농도와 알코올이 체내에 머무르는 시간에 비례한다. 따라서 술이 세다는 이유로 폭음을 하고 항상 술에 취해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장기의 손상이 심할 수밖에 없다. 『술에 장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