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복 | 대한보건협회 모니터링담당

국가청소년위원회의 위탁을 받아 대한보건협회가 2007년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간 지상파 TV 3사(KBS, SBS, MBC)의 4개 채널의 드라마 27편에 나타난 음주장면을 모니터링 한 결과, 총 방영횟수 883회 중 음주장면 횟수가 1,050회로, 드라마 1회당 평균 1.19회의 음주장면이 등장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 최다 음주장면 1위 드라마는 KBS-2 「사랑과 전쟁」

전체 27개 드라마 중 KBS-2의 「사랑과 전쟁」은 음주장면 횟수가 총 51회(13회 방영 중)로 1회 방영 때마다 평균 3.9회나 음주장면이 연출되어 압도적 1위의 최다 음주장면 방영 드라마로 뽑혔다. 2위 드라마로는 SBS의 「푸른물고기 & 불량커플」로 회당 평균 2.9회의 음주장면이 등장하였고, 3위 드라마로는 MBC의 「케세라세라 & 에어시티」로 회당 평균 2회의 음주장면이 등장하였다.

▶ 황금시간대는 음주장면도 최다

TV 드라마에서 방영되는 음주장면의 66.1%는 온 가족이 TV 앞에 모이는 황금시간대인 오후 8시~11시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간대의 TV드라마는 온 가족이 함께 시청할 확률이 높은 만큼 빈번한 음주장면이나 지나친 문제 음주장면의 연출 등은 자제되어야 할 필요성이 크다.

드라마상의 음주장면 지속시간은 1분 이내 31.2%, 1분~3분 이내 51.8%, 3분~5분 이내 11.8%, 5분 이상 5.2%로 나타났다. 3분 이상 음주장면이 지속된 경우는 SBS 20.6%, MBC 17.9%, KBS-1 16.5%, KBS-2 12.2%였다. 심지어 MBC와 SBS드라마들은 음주장면이 5분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각각 6.3%, 6.2%로 타방송사(KBS-2 2.7%, KBS-1 5.5%)보다 높았다.

드라마 음주장면에 등장하는 극중 인물들의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20~30대가 전체의 65.6%를 차지했고, 10대들의 음주장면 묘사도 0.9%로 나타났다. 음주장면의 연기자 연령이 지나치게 20~30대에 치우쳐 있고 젊은층에서의 모임, 사교, 생활 가운데 술이 너무 자주 등장하는 것이 문제이다.

▶ 힘들 때에도 술!, 축하할 때에도 술!, 심심할 때에도 술!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들의 45.1%는 고민, 스트레스, 불화 등의 문제 상황에서 가장 술을 많이 먹는 것으로 나타났고 회합, 축하, 위안 등의 모임에서 32.1%가 술을 마시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음주동기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음주장면이 연출된 경우도 22.7%나 되었다.

드라마에 나타난 전체음주 장면의 56.1%는 음주 시 문제행태를 나타냈다. 음주 시 문제 음주행태가 연출될 때 연기자의 32.3%는 「원 샷」, 10.6%는 병째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고, 폭탄주나 사발주, 술잔 돌리기 등의 문제음주 행태도 3.2%로 조사되었다. 2006년도 모니터링 자료에서는 「원 샷」 45.2%, 「병째 마시기」 8.3%로 「원 샷」 장면은 감소했으나 오히려 병째 마시는 장면이 증가했다.

▶ 음주장면의 22.2%는 청소년 음주장면!

총 27편의 22.2%인 6편에서 청소년 음주장면이 총 10회 등장하였고, 이 가운데 청소년이 「직접 음주」하는 경우는 모두 3회, 「술자리 동석」이 7회로 나타났다. 2006년도 4~6월 조사에서는 청소년 음주장면이 총 28편 중 7편(25%), 총 9회였고 이중 직접음주장면이 7회였던 것과 비교시 청소년이 직접 음주하는 장면은 줄었으나 술자리에 동석하는 비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실효성 없는 연령등급제 대신 내용등급제 도입 필요

2005년 지상파 방송3사가 연령대별 시청 가능한 등급표시를 프로그램 시작 전 자막으로 고지한 경우는 50%에 불과해 대부분이 방송사가 등급표시에 소홀하다는 조사결과가 있었다. 또한 드라마의 연령별 시청등급은 온 가족이 함께하는 TV시청의 특성상 무의미하므로 내용등급제를 통해 부모가 드라마의 내용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또한, 유아 및 초등학생들도 가족과 함께 TV를 시청하는 가족시청시간대(평일 저녁7시~10시)에는 드라마 및 모든 프로그램에 음주장면이 방영되지 않도록 규제기준이 필요하다.

▶ 청소년의 음주장면 방영금지 및 술자리 동석 장면 자제가 필요

이야기의 전개상 청소년의 일탈행위로 음주하는 장면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으나 청소년들의 모방심리와 충동성을 고려할 때 청소년이 직접 음주하는 장면은 흡연 장면 금지수준으로 규제하고, 청소년의 술자리 동석 장면이나 음료수로 대신 건배하는 음주모방행위 등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 매스미디어에 등장하는 음주장면에 대한 심의 기준 강화 및 규제 방안 재검토 필요

청소년이나 일반인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나치게 무분별한 음주장면에 대한 구체적 방송심의 기준들을 마련하고 각 방송사가 심의과정에서 이를 자율적으로 지키도록 시청자가 요구하고 감시하는 것이 실제적으로 더 필요한 조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