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기 |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예방연구본부장   

미국인은 술을 얼마나 마실까? 미국인은 세 사람 중 두 사람이 술을 마신다. 최근 조사를 보면 지난달에 12세 이상 인구의 54%가 술을 마셨다는 것이다. 미국인의 술 소비량은 9.3리터 정도로 선진국 중 중간 정도이다. 유병률이 5.55%, 의존자수도 1천 5백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하지만, 알코올 소비량이 몇 년간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희망적이다.

미국 역사 속의 음주관

미국인이 술을 보는 시각은 어떨까? 대체로 곱지 않다. 정부는 알코올 오남용이 교통사고, 질병, 무질서, 파괴적 행동, 폭력 등을 낳는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한편에서는 적당한 음주가 스트레스의 완화, 사회관계의 증진, 심장질환의 감소, 수명 연장 등에 유효하다는 연구가 생산되고 있다. 다양성의 국가답게 미국인의 음주에 대한 신념과 태도는 이중적이다.

미국인의 음주관은 변화를 거듭했다. 영국 식민기에는 어린아이들까지 부모들과 함께 마셨다. 당시에는 『술을 정기적으로 마셔야 건강에 좋다.』는 신념까지 있었다고 한다. 물론 당시에도 만취가 사회규범상 허용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술을 신의 선물로 간주하였고, 금주자를 좀 이상한 사람으로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미국의 이민사회가 복잡해지면서 북부 유럽의 신교도 이주자와 남부 유럽의 가톨릭교도 이주자들 간에 갈등이 생겼다. 신교도들은 금주운동을 확대하였고, 구교도들을 압박했다. 금주집단은 금주홍보용 자료를 공급했다. 그 자료에는 금주자는 축복을 받고, 음주자는 죄를 짓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1920년에 금주법이 통과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금주법은 금주운동이나 알코올에 대한 무작정적인 통제가 현실적과 유리된 것임을 입증한 사례가 되었다. 오히려 밀주가 양산되었으며, 조직범죄, 폭력, 정치적 타락이 극도에 달했던 쓰라린 경험을 갖게 되었다.

알코올 의존을 「질병」으로 인식

금주법 철폐 이후 술에 대한 통제 권한은 주정부에 주어졌다. 금주는 극히 일부 지역, 인디언 보호지역, 21세 미만의 청소년에 국한되었다. 당시 정부의 정책목표는 국민 1인당 술 소비량을 줄이는 것이었다.

1975년에 설립된 「국립 알코올중독 및 남용 연구원」(NIAAA)의 회장은 알코올을 「가장 더러운 약물」이라고 규정하였다. 그 시대에 알코올중독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 출현하였다. 알코올의존상태를 도덕적 실패가 아닌 하나의 질병으로 간주한 것이다. 유명한 A.A.(익명의 알코올의존자 모임)도 1935년에 미국에서 시작되었다. 그때 이후 알코올의존자는 의지박약자, 도덕상실자, 나쁜 습관자가 아니라 질병의 희생자로 알려지게 된 것이다.

이제 유한계급의 과시욕의 한 방편이었던 음주가 차츰 일반인도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일로 변화하였다. 하지만, 미국인구의 노령화, 건강과 생활양식에 대한 관심 증대, 알코올 남용 문제에 대한 태도 개선, 정부의 규제 등 적극적 노력으로 술 소비량이 줄고 있다. 미국은 1967년 이후 술 소비량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알코올 문제 예방과 치료 노력

미국인의 음주장소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술집도 많지 않다. 늦게 여는 술집도 극히 드물다. 또한, 야외에서는 못 마시고, 마시면 많은 벌금을 내야 한다. 미성년자는 집에서 마셔도 징벌의 대상이 된다. 미국인이 좋아하는 술은 맥주(53%)와 증류주(31%)와 와인(16%) 순이다. 건강관념이 커지자 미국에서는 독주 소비가 크게 줄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음주문화를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 미국은 다민족국가로 이민자들이 각기 자신들의 음주문화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의 한국인도 고국에서의 음주습관을 못 버린 경우가 상당히 많다. 2,3차 가기, 폭탄주 마시기, 술 강요하기 등은 한국인 거주지역에 여전히 남아있는 폐습이다.

미국도 술의 폐해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국민소득의 2.5% 정도가 건강, 사고, 질병 상의 피해액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술 문제 해결에 가장 열심인 국가는 미국이 아닌가 한다.

미국은 실제로 예방과 치료의 천국이다. 모든 주에 수백 개의 재활기관이 있다. 각 급 학교와 기관에서 예방교육에 끊임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훈련받은 전문가의 수도 매우 많다. 『한 사람을 예방하는 것이 열 사람을 치료하는 것보다 낫다.』라는 주장을 NIAAA에서 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들이는 비용에 비해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다는 비판이 내부에 있을 정도로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인들은 알코올중독이 사회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정부와 민간이 문제해결을 위해 공동의 리더십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한 투자와 노력은 모든 국가가 부러워할 만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