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련 | 명지대 교수·식품영양학

중년의 박모씨는 당뇨병을 10년 이상 앓아왔고 혈당조절에 어려움을 겪다 보니 가족모임 등의 외출도 망설이는 처지가 되었고 특히 저녁 늦게는 배고픔을 견디기가 어려워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당뇨병 식생활교육에 열심히 참여하고 당뇨뷔페에서 시식 경험을 갖고 난 후부터는 당뇨병관리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당뇨병이란 무엇인가?

우리 몸은 포도당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 식후에는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장에서 흡수되어 혈액으로 운반되어온 포도당을 세포 내로 운반하여 사용되거나 간, 근육에 저장되도록 하여 혈액의 포도당 수준이 너무 높아지지 않게 조절해주는 역할을 한다. 당뇨병은 인슐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분비되는 인슐린 의존성 당뇨병(제1형)과 생산되는 인슐린의 양은 적지 않으나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 혈당조절이 원만하지 못한 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제2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환자는 대부분 비만에서 비롯되며 우리나라 당뇨병 환자의 95%가 여기에 해당한다. 당뇨환자는 항상 갈증을 느끼고 기운이 없거나 피로감이 심하며 배가 고프고 소변을 자주 보는 증세를 보인다.

당뇨환자는 어떻게 먹을까?

자신에게 처방된 에너지 섭취량을 지키는 법을 꼭 배우자

당뇨병 식사요법 목표는 정상혈당과 적정체중을 유지하기 위하여 적절한 열량을 섭취하되 다른 미량 영양소가 부족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비만은 고지혈증, 동맥경화, 지방간, 고혈압 등을 유발하는 외에도 당뇨병에 걸릴 위험을 8배나 높인다고 알려졌다. 반면 체중을 줄이면 세포에서 포도당을 받아들이는 수용체의 수가 증가하여 혈당조절이 훨씬 잘 되므로 건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따라서 식품교환표를 이용하여 자신이 먹는 식사의 열량과 당질의 양을 추적, 계산해야 하며 이를 위하여 영양사로부터 간단한 당뇨 식사요법 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단순당 섭취를 적극 피하자

에너지를 내는 3가지 영양소(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중 탄수화물의 섭취가 중요하다. 탄수화물은 포도당으로 소화되어 흡수되면 혈당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설탕과 같은 단순당보다 곡류와 같은 복합당질을 권장한다. 대표적인 복합당질인 전분(녹말)은 단순당에 비해 소화 흡수되는 시간이 길어 식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방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밥도 백미보다는 현미나 보리밥을 먹는 것이 좋다.

식품의 혈당지수를 참고하면 도움이 되지만 혈당조절을 위해서는 식품의 종류나 형태보다는 먹는 분량이 더 중요하다.

채소섭취를 늘리고 등푸른 생선도 자주 먹자

채소와 과일, 곡류에 풍부한 섬유소는 음식의 소화와 흡수 속도를 늦춰주고 만복감을 갖게 하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저하하는 효과가 있어 당뇨병 환자에게 섭취가 권장된다. 당뇨병환자는 혈당 공급의 부족으로 체지방이 분해되고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이 증가하므로 동맥경화의 위험도 커진다. 따라서 지방과 콜레스테롤의 섭취를 제한하며, 동물성 기름 대신 식물성 기름을, 동물성 고기보다는 등 푸른 생선(고등어, 꽁치 등)의 섭취를 늘려야 한다.

규칙적으로 식사하여 저혈당을 예방하자

식사를 거르거나 늦어지면 저혈당을 초래할 수 있지만 규칙적인 식사는 혈당의 심한 변동을 줄이고 다음 식사 시 과식도 막을 수 있다. 식사로부터의 혈당공급과 운동이나 일상생활로 인한 에너지소모의 균형이 깨져서 저혈당이 되면 식은땀이 나고 손발이 떨리며 몸을 주체하기 어렵고 심하면 의식을 잃게 되기도 한다. 이때에는 빨리 흡수되어 혈당을 올려줄 수 있는 사탕이나 초콜릿 등의 단순당을 먹어야 하므로 언제나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술을 먹지 말고 가능하면 밤에 간식을 먹자

알코올은 에너지 함량이 높고 저혈당, 혈중 중성지방 상승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다. 저녁식사 후 아침까지의 긴 시간 동안 정상인은 저장된 글리코겐이 분해되거나 간에서 포도당을 만들어서 혈당을 공급하지만 당뇨환자는 이 같은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므로 가능하면 식사량을 나누어서 밤에 간식으로 일부를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규칙적으로 운동하자

규칙적인 운동은 심혈관계 기능을 향상시키고 체중을 줄이는 데도 도움을 주며 근육량이 늘어나면 포도당을 글리코겐 형태로 저장하는 능력이 증가하여 혈당조절에 도움이 된다. 걷기, 자전거 타기 등의 유산소운동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