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창 |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정신과

대기업에 다니던 30대 직장인 A씨는 수개월 동안 인사 문제로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밤낮으로 그 일에 대해 걱정을 하더니 점점 일에 대한 의욕을 잃고 비관적이 되었다.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고, 끼니도 거르기 일쑤였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러 가족들에 의해 병원을 찾게 된 A씨는 우울증으로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1~2개월이 지난 후 현저히 회복된 A씨는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유지했다. 그렇게 다시 수개월이 지난 후 A씨는 더욱 활기가 넘치는 사람처럼 보였다. 표정이 밝아지고 말도 많아지고, 잠도 자지 않고 뭔가 일을 잔뜩 벌여놓기 시작했다. 그냥 의욕이 넘친다고 보기에는 자신감이 지나칠 정도가 되었다. 직장 상사의 꾸지람에도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모르느냐며 오히려 화를 내는 일이 생겼다. A씨는 회사에서 문책을 당하게 되자, 자신이 회사를 차려 세계 제일의 기업을 만들겠다며 무리하게 사채를 끌어와 허비하는 일이 생겨 정신과 병동에 입원하게 되었다.

조울증은 어떤 병인가

A씨의 병력은 조울증의 한 예를 보여주고 있다. 조울증은 말 그대로 병의 경과 중에 「조증」과 「우울증」을 모두 나타내는 정신과적인 질환을 말한다. 공식적인 진단명은 「양극성 정동 장애」라고 한다.

조증이란 지나치게 활력이 증가한 상태를 말한다. 사람에 따라 증상이 다르지만 평소와 현저히 다르게 자신감과 의욕이 넘치게 된다.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한 줄 모르고 끊임없이 뭔가 일을 벌인다. 말도 많아지고 산만해지며 쉴 새 없이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른다. 현실에 맞지 않게 자신감을 가지거나 과대망상을 가지기도 한다. 지나치게 기분이 좋기도 하지만, 고집이 매우 세지고 쉽게 흥분하거나 화를 내는 상태가 되기도 한다.

우울증은 조증과 반대로 지나치게 활력이 저하되는 상태이다. 우울하고 무기력하며 만사 귀찮아진다. 잠도 제대로 잘 수 없고 입맛도 없어진다. 매사에 부정적인 생각이 들며 죄책감에 사로잡히고, 죽음이나 자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건망증이 생겨 치매를 의심하기도 한다. 몸이 여기저기 아프고 쉽게 피로를 느낀다. 위와 같이 조증과 우울증이 꽤 오래가는 상태가 번갈아 나타나거나 함께 나타난다면 조울증이라고 진단하게 되는 것이다.

조울증은 어떻게 치료하나

조울증의 원인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으나, 유전적인 소인, 스트레스 등 환경적인 요인에 의한 뇌의 변화 등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발병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조울증은 일생동안 100명 중 1~3명이 걸리는 병이기 때문에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조울증에 걸리게 되는 경우를 간혹 보게 된다.

일단 정신과에서 병력청취, 신체검사 및 심리검사를 통해 조울증이라고 진단되면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자해나 타해의 위험이 있고,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등 증상이 심하거나 평가 또는 약물 조절 등의 이유로 정신과 병동에 입원이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다. 주로 사용되는 약물은 리튬, 발프로에이트, 라모트리진 등의 기분 조절제와 올란자핀, 리스페리돈, 쿠에티아핀 등의 비정형항정신병약물, 부프로피온 등의 항우울제이다. 증상과 경과에 따라 이러한 약물들을 복합적으로 복용하게 되며 대개 증상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약물치료를 조기에 중단하는 경우 재발의 우려가 매우 높아서 증상이 조절된 후에도 의사가 권하는 기간 동안 장기간 유지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가

앞서 말한 A씨와 같이 조울증이 의심된다면 저절로 좋아지기를 기다리지 말고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조울증은 치료하지 않는 경우 재발과 만성화의 가능성이 매우 크고, 자살의 가능성이 크며, 망상 환청 등의 정신병적 증상이 발생할 수도 있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렵기 때문이다. 질병의 초기에는 병이라고 생각하기 쉽지 않고, 더구나 병이 깊어진 이후에도 환자 스스로는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치료를 받기까지 가족들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