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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강하게 밀려 와
흰 포말이 부채살을 이루는 갯바위에 올라 등대를 바라다
본다. 한겨울 거센 바람 속에서도 주위를 밝히며
떠오르는 태양으로 온 몸은 짜릿함으로 휩싸인다. 늘어서
있는 관광버스와 차들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등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한반도에서 바닷가를
향해 가장 동쪽으로 뻗은 곳,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대보면
대보리. 우리나라 지도상으로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는 영일만의
호미곶이다. 최근 호미곶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해돋이의
명소라고 하는 강릉의 정동진이나, 제주의 성산포보다 먼저
해를 맞이할 수 있기 때문에 신년 일출의 의미가 큰 지역이다.
그래서 요즘엔 새벽마다 등대 앞 해안에서 바다 수평선을
바라보는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지난 2001년 장기곶에서
호미곶으로 공식 명칭이 변경
「곶」이란 것은 튀어나온
형태를 가진 바닷가의 지형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호미곶은
원래 「말갈기처럼 생겼다」해서 장기곶으로 불렸으나,
1918년 일본이 「곶」의 일본식 표현인 「갑(岬)」으로
고쳐 장기갑으로 불려 왔다. 또 시민들이 호미곶을 호랑이
꼬리'가 아닌토끼 꼬리 등으로 부르는 등 명칭을 놓고 혼란을
겪다 새 이름을 호미곶(虎尾串)으로 결정했다.
또한, 이 곳은 육당
최남선이 조선 10경(백두산 천지, 압록강 기적 소리, 대동강변
춘흥, 황해도 구월산 동선령, 강원도 금강산, 강릉 경포대,
포항 호미곶 일출, 전라도 변산 낙조, 황해도 연평도 고기잡이
어선 불, 제주도 망망대해)중 가장 아름다운 일출장소로
꼽은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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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붉은 태양을 보며 가슴가슴마다 새해 다짐을
국내에서는
해가 가장 먼저 붉게 떠오르는 곳인 이곳은
매년 초가 되면 전국에서 몰려온 수많은 해맞이
인파로 북적인다. 우리나라의 동쪽 끝이라
할 수 있는 호미곶에는 널따란 해맞이 광장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수천 명이 모여 해맞이를
볼 수 있는 넓은 광장에는 화합을 상징하는
두 개의 조형물인 상생의 손과 포항의 설화인
연오랑과 세오녀 동상 등이 있다.
가슴가슴마다
새해 새 다짐을 각인시키는 호미곶은 앞 바다의
수심이 깊어 가장자리부터 검푸르다. 그리고
검푸른 바다 위로 돋은 갯바위들이 날카롭게
펼쳐져 있다. 태양 빛은 수평선 위를 어슴푸레
밝히다 주위를 점점 붉게 물들이더니 순식간에
갯바위를 타고 올라온다. 그리고 그 빛은 새
천년을 기념해 세워진「상생의 손」중 바다
위로 솟은 오른손에 잡힐 듯 말듯 걸쳐지다가
서서히 온 바다와 대지를 넓게 비추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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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그 광채를 드러내면
이 순간을 밤새워 기다리던 많은 사람들의 눈과 가슴마다에
2004년 한 해의 염원이 담긴다. 새벽 하늘의 어둠을 가르고
붉게 타오르는 태양이 인간의 번뇌를 불태우고 새 출발을
다짐하도록 한다.
호미곶에서
처음 얼굴을 내민 태양이 낮 시간 동안 동해를
밝힌다면, 저녁 어스름이 내리기 시작하면서는
호미곶 앞 바다에 우뚝 선 등대가 빛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1903년 국내에서는 두 번째로 축조된
이 유인등대는 밤에는 40km 바깥에서도 식별이
가능하다는데 등대의 불빛은 12초마다 깜박거리며
근해 조업중인 선박들을 안전하게 인도하는
따뜻한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
등대 옆으로는
등대의 변천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등대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1985년 문을 연 등대박물관에는
섬광기, 축전기 등의 등대 도구와 옛 조상들이
험난한 바다를 헤쳐 나갈 때 사용했던 인명
구조기, 선박 변천과정을 담은 모형, 해운항만
및 등대 발전사 등 총 160종 710점이 전시되어
있다.
포항에서
호미곶을 돌아 구룡포에 이르는 해안도로는,
적당한 굴곡이 있고 부드러운 바닷바람을 안을
수 있어 드라이브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환상의
코스이다. 해안선 길이가 105Km로, 푸른 파도가
출렁이는 동해바다는 각박한 도심에 찌들린
현대인에게는 새로운 활력소를 불어넣어 주고
있으며, 영일만을 끼고 달리는 해안 드라이브코스는
해안의 기암괴석에 부딪치는 파도와 바다 위
자유로이 날개 짓하는 갈매기를 보며 새로운
각오와 희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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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곶으로 가려면
기차, 고속버스 등을 이용해 포항으로 간 후 시외 버스터미날
앞에서 200, 200-1번 버스를 타고 구룡포 종점까지 가서
대보행 시내버스(1시간 간격)를 타고 약 20여분을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면 호미곶이 도착할 수 있다. 자가용으로 가는
경우 서울 - 포항 - 구룡포(31번 국도) - 호미곶으로 갈
수 있다
김정연 / 건강생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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