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옛 선조들은 권주가를 지어 부르며, 술의 맛을 음미하고 친목을 다지는 매개체로 술을 이용해 왔다. 이런 연유로 옛 사극을 보면 술은 항상 정자나 주막의 주인공으로 대접받아 왔던 것이 사실이다. 술 속에 진리가 있다(In Vino Veritas)라는 말처럼, 술은 인간의 외로움과 고민을 함께 나누는 친구로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요즘 우리나라의 현실을 살펴보면, 술은 점점 친구로서의 역할을 상실해 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2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 걸쳐 음주자가 20억 명 정도이고 알코올 사용장애(alcohol use disorders)로 진단되는 사람이 7,630만 명인 것으로 추산되며, 우리나라의 간질환 사망률은 세계 1위, 알코올 상습 남용자(중독자)는 약 221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음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률 세계최고 등 음주폐해와 관련한 순위에서 전 분야 1위로 달리고 있는 불명예가 우리의 현실을 대변해 주고 있다. 최초 음주연령이 점점 내려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술을 더 이상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국가나 사회에서 뒷짐지고 있기에는 문제의 심각성이 너무 크다.

우리는 옛부터 주도(酒道)를 강조하며, 술을 올바르게 배울 것을 권했다. 그러나 요즘 청소년들을 보면 대부분이 친구를 통해 술을 처음 접함에 따라 과음과 폭음이 몸에 배는 것은 아닌가 한다. 하루 일정량의 알코올은 심장질환을 방지하고, 건강을 위해 유익하다는 연구보고가 종종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성인인구 10명 중 8명이 이상이 술을 마시고, 음주자 중 60%이상이 과음자로 분류되는 상황 속에서, 술은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적(嫡)으로 여겨지고 있다.

건강뿐만 아니라 과음과 폭음은 신체적 손상, 정신적 피폐와 사회적 부적응을 동시에 초래하고 있으며, 가족 구성원들의 정서와 생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부모가 알코올 중독자인 경우 그 자녀들은 감정표현을 억제하며 심각한 정서적 피해를 입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그 심각성이 크다.

서두에도 언급했지만 술은 인류역사와 함께하며, 인간의 삶의 동반자로서의 구실을 해왔다. 그러나 요즘 술이 야기하는 각종 문제들로 인해 더 이상 친구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절주하는 문화를 통하여, 술을 사회적 악(惡)이 아닌 우리의 친구(親舊)로 되돌려 놓아야 할 것이다.

김춘진 | 국회의원(고창·부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