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각종 모임이 하루가 멀다하고 잡히고, 자연히 술 자리가 많아진다. 40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 일간지의 자료에 의하면, 술 자리 10회 중 1~2회는 폭음으로 이어진다고 한다. 발표되는 자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세계 1위 또는 2위인 우리나라 술 소비량의 30%가 연말연시에 집중되어 있다고 한다. 잔을 돌리며 술을 권하고, 주량과 관계없이 누구나 마셔야 하는 한국의 건배 음주문화는 평소의 주량을 넘겨 폭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다.

하루 성인 남성 2잔, 여성 1잔 이내가 의학적으로 적절한 음주량

적당한 술은 약이 되고 과음은 독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적당한 양의 술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일까? 1~2잔만 마셔도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고, 1~2병을 마셔도 문제가 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사람에 따라 술을 분해하는 능력에 차이가 많지만, 2005년에 제시된 미국 식품섭취권고안에 따르면 하루 음주량이 건강한 성인 남성의 경우 표준 음주 잔 수로 2잔 이내, 여성의 경우 1잔 이내가 의학적인 적절한 음주의 기준이다.

노인층에서는 간 효소의 활성과 몸의 수분이 감소하기 때문에 그 절반이 적절한 음주의 기준이다. 그 이상의 음주를 의학적인 「과음」으로 정의하며, 「폭음」은 한 번에 5잔 이상의 음주를 말한다. 표준 음주 1잔(one drink)의 기준은 맥주 12온스(340cc), 포도주 5온스(142cc), 80 proof 양주 1.5온스(43cc)로 각각 12g정도의 알코올을 함유한다. 이는 캔 맥주 1캔에 해당하며, 21도 소주로는 소주 잔으로 1잔이 조금 넘는 양이다.

인체의 알코올 분해 시스템에서는 평균적으로 1시간에 표준 1잔 정도가 분해된다. 2홉 소주 2병을 마신 경우 이것을 분해하는 데에는 보통 14시간이 소요된다고 보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밤 늦게 과음하면 이튿날에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기도 한다.

혈중 알코올 농도에 따라 영향 받는 뇌 부위가 다르다

폭음 시에 나타나는 증상은 다양한데, 그것은 혈중 알코올 농도에 따라 영향을 받는 뇌 부위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알코올은 중추신경계를 마취시키는 작용을 한다. 혈중의 알코올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뇌의 표면 부위에서부터 깊숙한 부위로 점점 마취가 진행된다.

체중 60kg의 남성이 소주 2~3잔 정도를 마시면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3%정도가 되며, 대뇌의 역할이 억제된다. 대뇌의 판단과 감정을 조절하는 기능이 혼란스럽게 되어 과도한 자신감이나 기분의 고조 또는 저하를 나타낸다. 현실적으로 음주 운전의 단속은 0.05%부터 적용되지만 의학적으로는 0.03%부터 위험운전의 가능성이 있다.

소주 1병 정도를 마시면 혈중 알코올 농도는 0.1%정도가 되며, 소뇌의 기능이 억제된다. 운동 기능을 조절하는 소뇌의 기능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 어지럽거나 비틀거리는 증상이 나타나고, 섬세한 운동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 이때 운전을 하면 매우 위험하다. 소뇌의 운동기능이 억제되는 혈중 알코올 농도 0.1%시점을 법적으로는 만취 상태로 판정하며, 법 규정도 더욱 엄격해지고 벌칙도 무거워 진다.

소주 3병 정도를 마시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0.3% 정도에 이르고, 기억을 담당하는 중뇌의 기능이 억제되어 나중에 취중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흔히 「필름이 끊겼다」고 하는데, 일시적인 기억상실(blackouts) 현상이다. 이것은 흥분과 학습에 관련하는 뇌신경 전달 물질이 술에 의해 억제되기 때문이다.

기억 이 외의 지적 능력은 비교적 잘 유지되어 복잡한 일도 수행할 수 있다. 그래서 옆에서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정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기억상실이 있으면 술 취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도 모르게 피해를 주거나, 무례하게 행동하지 않았나하고 염려하며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그러한 빈도가 증가할수록 뇌신경은 반복적인 손상을 받게 되고, 결국에는 영구적인 기억장애의 가능성도 증가하게 된다.

소주 4병 정도를 마시면 혈중 알코올 농도는 0.4%정도가 되고 연수 부위가 억제된다. 연수 부위는 생명과 관련되는 호흡과 심장박동을 조절한다. 연수 부위의 억제는 호흡마비나 심장마비를 초래할 수 있고 사망과 직결된다. 혈중 알코올 농도가 0.5%이상이면 사망률이 50%에 이른다. 매년 연말연시에는 과음 후에 사망을 했다는 기사를 가끔 접할 수 있는데 가슴 아픈 일이다.

알코올에 내성이 생긴 만성 음주자는 세포가 알코올에 적응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같은 혈중 알코올 농도라 하더라도 알코올에 의한 증상이 약하게 나타난다. 반대로 나이가 많은 노인이나 여성, 만성 간질환이 있을 때, 장기적으로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적은 음주량에서도 심한 뇌 억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폭음 후에 구토를 하는 경우도 많은 데 위산의 식도역류와 증가된 복압으로 인해 식도 점막의 손상을 초래하고 역류성 식도염이나 급성 상부 위장관 출혈로 이어져 위독하게 되기도 한다.

건배문화와 주고받는 술 잔을 통해 말이 잘 통하게 되고 집단 결속력이 강해진다는 긍정적인 면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과음과 폭음을 하지 않는 음주가 건강한 음주이다.  

김종성 | 충남대 의과대학 교수·가정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