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수|삼육대 보건관리학 · 한국알코올문제연구소장

부정적 결과들이 일어나지 않는 음주 장면을 시청한 청소년들은 음주의 부정적결과를 모두 시청한 청소년들보다 알코올의 좋은 효과들을 인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미디어에서는 알코올 사용에 대한 묘사를 할 때 세심하게 주의할 필료가 있다.

사람들마다 사회현상에 대해 자신만의 고유한 태도가 확립되어 있다. 이를테면, 선거에서 누구를 선택할지, 북한에 대한 원조를 어느 정도 하면 좋을지, 혹은 무역개방은 어느 수준에서 하면 좋을지 등 사회현상에 대한 태도에서부터 좀 더 구체적으로 육식에 대한 태도, 스트레스에 임하는 마음가짐, 운동에 대한 선호도, 음주에 대한 선호 정도 등 자신의 건강과 관련된 실천의 영역까지 자기만의 생각의 기준점이 있다. 이것을 전문적으로 태도의 기준(혹은 준거점)이라고 한다.

태도는 실천으로 연결되기 쉽다. 한번 형성된 태도의 기준점은 잘 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기준점을 중심으로 비슷한 생각은 쉽게 수용하지만(동화효과), 조금 상이한 생각은 오히려 자신과 매우 동떨어진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좀처럼 쉽게 수용하지 않는다(대비효과). 그러나 태도의 변화가 쉽게 일어나도록 하는 몇 가지 예외 요건이 있다.

태도변화가 전달되는 메시지의 내용에 의해서 일어나기보다는 외적인 다른 요소에 의해 발생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학창시절의 경험을 한번 떠올려보자. 수학을 매우 어려워하고 지겨워하는 학생이 있었는데, 어느 날 매력적인 수학선생님이 정근을 오시면서, 선생님뿐만 아니라 수학시간까지 좋아지는 경험 말이다. 태도변화를 유도한 내용에서 보다는 선생님이라는 전혀 다른 환경으로 인해 태도가 변화된 예이다.

매력적인 여배우가 선정적인 모습으로 주류광고를 하거나, 영상물에서 음주로 인해 매우 즐거운 사건이 발생된다면, 그것을 시청한 시청자들은 음주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갖게 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영상매체는 음주 지향적이다. 누가 보더라도 매력적인 남녀배우가 주류광고에 등장을 하고 방송매체에서 음주로 인해 긍정적인 사건들이 자주 일어난다.

이런 현상은 곧 시청자들로 하여금 음주에 대한 매우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형성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방송매체의 왜곡된 음주문화

방송오락물에서 알코올은 다른 어떤 음료보다 더 자주 등장하며, 더구나 술 취함으로 야기되는 심각한 문제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묘사들은 아직 음주에 관한 신념이 확고하지 않은 청소년들과 술을 문화적 표준으로 보는 성인들에게 있어서 큰 영향을 미치게 되어 음주를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실제로 인류에게 텔레비전이 보급된 이후 알코올 소비량이 지속적으로 증가되고 있으며, 현실세계에서 음주행태를 자극적으로 왜곡시켜 왔다.

대한보건협회가 지난해 방송물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황금방송 시간대인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총 음주 장면의 60%를 상회하고 있으며, 음주지속시간 역시 1분 이상 되는 경우가 70% 이상이라 한다. 또한 청소년위원회의 2005년 조사에서도 청소년 시청률 1~9위에 해당하는 드라마의 71%에서 음주장면이 노출되었다. 음주 후 폭력, 필름 끊김, 음주운전 등 문제위험행동이 63%를 차지하고 있으며, 병째 들이킨다든지, 아니면 원샷 등 위험한 음주모습이 56%나 방영된다고 한다.

Robinson, Chen & Killen의 연구(1998)에 따르면 TV를 많이 시청하는 청소년일수록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음주를 많이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드라마의 음주장면을 보면서 음주하고 싶었던 적이 있다는 청소년이 16%나 된다고 하니 드라마의 음주 장면이 청소년의 음주행위를 조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Kotch 등(1986)은 실험을 통해 부정적 결과들이 일어나지 않는 음주 장면(부정적인 결과 장면을 삭제함)을 시청한 청소년들은 음주의 부정적결과를 모두 시청한 청소년들보다 알코올의 좋은 효과들을 인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이처럼 방송매체가 알코올소비와 음주문화에 깊이 관여하므로 미디어에서는 알코올 사용에 대한 묘사를 할 때 세심하게 주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