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기|한신대 교수 ·  광고홍보학

현대 사회는 제품 제작기술의 발달로 인해 제품의 본질적인 차이에 의한 경쟁보다는 광고에 의한 경쟁을 한다고 한다. 이렇듯 광고에 의한 경쟁을 하다 보니 제품의 성격상 소비자에게 심각한 영향을 초래하는 품목이 있고 그렇지 않은 품목이 있다. 특히 건강보조식품, 영양 강화식품을 포함한 식품광고의 경우에는 소비자의 건강과 관련하여 간혹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하겠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날부터 좋은 일에건 나쁜 일에건 항상 술이 등장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음주문화는 그다지 성숙한 문화를 가지고 있지 못하고 무분별한 음주로 인한 개인의 건강문제, 가정문제, 나아가서는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여 건전한 음주문화를 권장하고 음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신문과 방송에서 술 광고를 전면 중단하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주류광고의 효과에 대한 연구가 필요

기업이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견해와 주류 광고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으로 인해 주류 광고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견해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류 광고의 효과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를 통하여 주류 광고가 과연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보아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리나라 주류광고는 음주장면을 삽입하는 표현전략을 쓰고 있고, 특히 알코올 도수 17도 이하의 술 광고는 오후 10시 이후에 텔레비전 광고에서 허용되어 있다. 우리나라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외국맥주광고를 보면 맥주광고인지 아니면 다른 제품의 광고인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맥주가 이야기 전개에 소품처럼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맥주광고는 외국 맥주광고에 비해 정말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원하게 들이키는 실음 장면이 반드시 삽입되어 있어 소비자들의 음주행위를 조장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에 따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맥주광고의 음주장면이 음주행위의 원인이 되는 지를 조사해 보았다.

맥주광고의 음주장면은 소비자에게 간접적 영향

맥주광고에서 음주장면을 편집하여 없앤 광고를 보여준 대학생 집단과 음주장면을 그대로 보여준 대학생 집단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비교해 본 결과 다음의 세 가지 사항을 알아내었다. 첫째, 여러 개의 맥주광고를 보여주고 나서 어떤 집단이 맥주광고의 상표를 더 많이 기억하는지 알아보았더니 음주장면이 있는 맥주광고를 본 집단이 음주장면이 없는 맥주광고를 본 집단에 비해 더 많은 상표를 기억해 내었다. 이 결과는 음주장면이 상표를 더욱 잘 기억하게 하여서 간접적으로 음주의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둘째, 맥주광고에 대한 반복적 노출이 광고를 기억하는 정도를 높이고 있는지를 알아보고자 한 대학생 집단에는 반복해서 광고를 보여주었다. 맥주광고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의 숫자를 비교해 보았고, 각 상표에 따른 각기 다른 광고 문안을 서로 맞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비교하였다. 음주장면의 유무에 관계없이 3회 반복해서 맥주광고를 시청한 대학생 집단들이 1회만 시청한 대학생 집단들보다 더 많은 장면을 기억하고 있었고 각 상표에 따른 각기 다른 광고 문안을 더 많이 연결하고 있었다. 17도 이하의 술이라도 밤 10시 이후에 방영해야 한다는 우리나라 텔레비전 광고정책 때문에 소비자들은 밤 10시 이후에 집중적으로 주류광고를 시청하게 된다. 텔레비전에서 반복적으로 방영되는 맥주광고가 광고에 대한 기억을 더 많이 하게 만든다는 결과는 맥주를 포함한 주류광고에 많이 노출되면 될수록 광고 효과가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맥주광고의 음주장면이 음주의도에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보았더니 맥주광고의 음주장면이 반드시 음주의도에 영향을 주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음주에 대해 기본적으로 가진 태도가 음주의도에 더욱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음주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일수록, 맥주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일수록, 맥주 마시는 방식이 단숨에 벌컥벌컥 마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수록, 음주빈도가 더 빈번할수록, 음주의도가 더 강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음주의도와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는 사항들이 우리나라 맥주광고의 구체적인 표현들이라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맥주광고의 음주장면이 직접적으로 음주의도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지라도 음주에 대한 태도, 맥주에 대한 태도, 맥주를 마시는 방식에 영향을 주어 음주의도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주류광고 심의기준의 구체적인 명시가 필요

이상의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우리나라 맥주광고의 음주장면은 대학생들로 하여금 더 많은 상표를 기억하게 하고, 맥주광고 내용을 더 많이 기억하게 하고 있으며 음주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하지만 음주장면이 음주태도에 영향을 주어 결국 음주의도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볼 때 우리나라 주류광고에서 반드시 삽입되어 있는 실음장면이 음주를 조장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주류광고의 음주장면에 대한 심의 기준을 더욱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광고제작자들에게는 음주장면을 뺀 상태로 주류광고의 표현전략을 구사할 것을 권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