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기|인제대학교 교수 · 인제대음주연구소장

청소년을 음주폐해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는 것은 마시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닌 마실 수 없도록 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여 실천하는 것이다. 미국 연방정부가 생각하는 청소년 음주예방 정책의 핵심은 이렇다. 『청소년 음주예방 정책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

청소년들의 사고, 가치관 및 행동에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중의 하나인 방송에서 볼 수 있는 음주 관련 장면들의 일부이다. 거의 매일 반복적으로 주류광고를 보게 되고 술 마시는 청소년을 드라마에서 자주 보면서 우리 청소년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넘쳐나는 TV 속 음주장면

청소년이 아닌 성인이 과음 폭음하는 장면은 거의 모든 TV 드라마에서 넘쳐난다.

착실하게 직장 생활하기 위해 회식에서 음주, 명절에 가족이 모이면 음주, 제사가 끝난 후 음복하라는 어른들, 축하할 때 음주, 맘을 달래줄 때도 음주, 고기를 어떻게 한잔 안하고 먹을 수 있느냐며 음주, 신나게 놀 때도 음주, 등산이나 운동 끝나면 음주.

우리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보여주는 음주 이유들의 일부이다. 『일상생활을 원활하게 잘하려면 음주를 반드시 해야 되는구나!』 하는 메시지가 청소년들에게 반복해서 전달되고 있는 셈이다. 지금 이 순간 부모들과 같이 마시지는 않지만 다음에 그런 상황이 되면 우리 부모님이 하는 것처럼 마셔야지 하는 다짐을 할 수 밖에 없다.

학교 시험공부로 스트레스 받다가 오늘 시험 끝났고 친구 생일로 친구 집에 모였다. 친구 부모님들은 안 계시고 친구 몇 명이 모여서 생일파티를 하려고 한다. 부모님이 마련한 불고기를 비롯한 맛있는 음식이 있다. 누군가가 부모님 흉내를 낸다. 『고기를 어떻게 한잔 안하고 먹어?!』, 시험 치느라고 고생했는데 『위하여!』, 생일 축하해 주려면 『위하여!』 해야지.

술과 안주를 사려고 동네 편의점을 갔다. 신분증이 없었지만 아무런 제지 없이 마시고 싶은 만큼 맥주를 사가지고 친구 집에 왔다. 몇 차례에 걸쳐 『위하여!』를 하고 나자 더 재미있게 마시고 싶은 마음에 폭탄주를 하자고 제의하는 친구가 생겼다. 부모님이 거실 장식장에 잘 보관해 놓은 양주를 찾아내는 것은 아주 쉽다. 어른들처럼 맥주와 양주를 섞어서 마신다.

청소년 음주를 조장하는 환경

우리 사회에서 이런 청소년들을 만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음주하라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주는 주류광고와 TV드라마, 폭음 과음하는 부모님 또는 친척 심지어는 선생님까지 술을 권하는 사회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이 한잔 하고 싶어서 술 사러 가면 아무 곳이나 아무 시간대에도 살 수 있다.

술을 잘못 마시면 어떤 폐해가 자신에게 또는 타인에게 생길 수 있는 지를 학습하지도 못했고 술 한 잔 하고나면 저렇게 좋은 것이구나 하는 것만, 음주의 긍정적인 것만 선택적으로 학습을 한 청소년들이 이런 환경에서 자라면서도 술을 안 마신다? 청소년에게 음주를 조장하는 생활환경을 거슬러 행동하기를 우리 성인들은 원하고 있다. 아니 그렇게 살라고 강요만 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술 마시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 학교에서는 음주로 생길 수 있는 폐해를 학습시키고, 마시라고 권하면 어떻게 거절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공부하고, 술 사려고 상점에 가면 신분증을 검사해서 청소년이면 아예 팔지도 않고, 술 살 수 있는 장소와 시간대도 제한이 되어 있는 사회의 고등학교 3학년인 자녀가 수능이 끝나고 집에서 한잔 하는 것을 부모가 알면서도 그냥 두었고, 자녀가 술 마시고 거리에 나가 폭력을 행사하였다면 폭력을 사용한 학생뿐만 아니라 음주하게 방치한 그 부모도 형사상 및 민사상 책임을 져야한다. 이런 사회에서 사는 청소년들은 술 마시는 것이 쉽지도 않으며 음주로 인한 폐해도 많이 겪지 않는다.

청소년이 술을 마실 수 없도록 하는 법과 제도 필요

청소년을 음주폐해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는 것은 마시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이 아닌 마실 수 없도록 하는 법과 제도를 마련하여 실천하는 것이다.

이런 제도는 누가 만드는 것일까? 청소년이 아니면 성인이? 미국 연방정부가 생각하는 청소년 음주예방 정책의 핵심은 이렇다. 『청소년 음주예방 정책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