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욱 |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술과 관련해 재미있는 기사가 최근 두 개 소개되었다. 하나는 폭소클럽이다. 이른 바 「폭탄주 소탕클럽」. 필자도 폭탄주에 관하여 처음 들은 것이 5공 시절 군 장성과 국회의원 사이에 폭탄주가 오가다가 시비가 붙어 패싸움 수준까지 갔다는 뉴스를 들으면서였다. 그 후 국회의원들끼리 골프를 갔다가 싸움이 벌어졌다는 기사가 있었는데 이 때에도 이들이 폭탄주를 마셨던 것. 이래저래 폭탄주 있는 곳에는 국회의원이 있나 보다.

또 하나의 기사는 한국인의 술 소비량이다. 최근 언론에 발표된 내용을 보면 한국인의 도수 높은 술의 소비량은 러시아, 라트비아, 루마니아에 이어 세계 제 4위라는 것이고,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5조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국민 1인당 순 알코올 소비량으로 따지면 2003년 기준 6.7ℓ로, 10ℓ이상을 소비하는 독일, 프랑스보다 낮고 약 6.6ℓ수준인 미국,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란다. 결국 독주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추울 때 독주를 마신다는데 우리는 뭐 때문에 춥다고 느끼는 것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음주수준은?

세계보건기구는 1980년 80개의 회원국들과 연계하여 음주와 관련한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1983년 WHO는 결의문을 채택하고 각 회원국들이 종합적인 음주규제 정책을 수립해 시행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WHO에서는 전회원국을 대상으로 세계알코올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표준화 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1961년 이후의 정보를 모으고 있는데 그 내용은 각국의 음주에 따른 각종 질병의 예방, 알코올 정책 그리고 건강증진사업 실행 방법뿐만 아니라 각종 주류생산, 교역, 소비는 물론 건강에 관련된 문제까지 관련된 정보도 포함한다. 여기에서 제시하는 통계자료는 가끔 국내 자료와 일치하지 않는 수도 있으나 본고에서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설명해 보도록 한다.

이 정보를 보면 한국의 경우 15세 이상 성인 한 사람당 연간 마시는 알코올은 1961년도의 경우 5.99ℓ였다. 해를 거듭하면서 점차 증가해 1973년에는 16.58ℓ까지 늘었다가 그 이후로 감소하다가 다시 증가해 1977년에 다시 원상회복되었다가 계속 감소하여 현재는 1961년도의 수치보다 크게 높지 않은 6.78ℓ를 마시고 있다.

이를 북한, 중국, 일본과 비교해 보면(표 1) 북한과 중국의 경우 꾸준하게 음주량이 증가하고 있고 일본도 증가하다가 1990년 이후 약간의 감소를 보인다. 와인의 경우 일본이 조금 마시는 것을 제외하고는 거의 마시지 않는다. 그러나 맥주보다는 양주를 더 많이 마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경우 양주라 함은 우리나라의 소주급의 술을 포함한 것이다. 4개 나라가 모두 양주의 소비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은 1990년대에 이르러 그 증가속도가 둔화되었으나, 북한과 중국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총량에 있어서는 한국이 가장 많이 마시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한편, 다른 나라와 비교를 해 보면 알코올 섭취량은 WHO회원국 중 55위에 해당한다. 양주 마시는 순위도 이와 비슷하다.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는 몰도바이다. 몰도바는 주로 양주를 많이 마시는데 양주 섭취량도 세계 제 1위이다(표 2). 그 다음이 포르투갈, 태국, 러시아, 프랑스의 순이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와인 생산국답게 와인을 가장 많이 마신다. 태국과 러시아는 양주를 많이 마신다. 프랑스 역시 와인을 가장 많이 마시나 포르투갈보다는 적게 마신다. 독일은 맥주의 나라답게 맥주 소비량이 가장 높다. 독일과 유사한 오스트리아도 맥주를 많이 마신다. 미국도 맥주 소비량이 더 많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양주형 국가이다. 이 경우는 「국민주」 소주가 포함되어서 그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도수 높은 술을 많이 생산하는 중국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나라의 통계를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몇 가지 발견할 수 있다.

1) 백인들이 주로 사는 나라에서 음주율이 높다.

2) 러시아를 비롯한 동구권은 양주를 선호하나 서구에서는 맥주를 선호한다.

3) 포도주를 생산하는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은 와인을 선호한다. 그러나 호주는 맥주를 선호한다.

4) 남아메리카에서도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술 소비량이 높으나 브라질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포도주를 생산하는 칠레 사람들은 역시 포도주를 선호한다.

5) 남쪽 나라의 사람들과 회교도국가의 사람들은 술을 별로 마시지 않는다.

6) 위스키 생산국가로 유명한 영국은 맥주를 선호한다. 즉, 양주는 수출하기 위해 생산하고 자기들은 싼 맥주를 마시며 실속을 챙긴다는 뜻이 된다.

7) 동아시아에서는 도수 높은 술을 선호한다. 그러나 일본은 양주를 맥주와 비슷하게 소비한다. 와인은 동양사회에서는 인기가 높지 않다.

술은 예술이다. 담배는 피우지 말라고 하지만 술은 마시지 말란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오히려 약간의 술이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금주라 하지 않고 절주라 하지 않는가? 인간에게 절제라는 것처럼 어려운 것이 없다. 「절주운동」, 다소 덜 알려진 단어이지만 대한보건협회가 굳이 이 단어를 사용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절주하는 사회는 절제하는 사회가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