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양호 | 회복을 위한 12단계 공동체 원장·사회복지사

 

알코올 의존으로 가족 특히, 자녀들이 황폐되어 간다. 성인아이증후군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성인아이(Adult Child)」라는 말은 역기능 가정 즉, 부모의 알코올, 도박, 일 중독, 폭력, 별거·이혼 등의 가정에서 자라난 사람을 총칭하는 말이다. 나이는 성인이 되었어도 정서적으로 어릴 때 받은 상처가 현재의 생활에 영향(의존적이거나 조종적이고 강박적이어서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을 끼쳐 원만한 사회인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성인아이로 성장해 알코올 의존자로, 이제는 회복의 여정을 가고 있는 삶

고인이 되신 부친도 알코올 의존자이었으니 필자도 성인아이 증후군으로 매우 힘들게 성장했다. 50세에 술로 인한 실수로 교육계를 떠나시고도 부친의 음주는 계속되었는데, 필자가 30대 후반에 알코올의존클리닉에 들락날락하다 몇 달이 지나 퇴원하니 부친은 술을 끊고 계셨다. 「내가 술을 끊겠으니 너도 술을 끊고 이 집안이 전통적으로 주당 집안이라는 불명예를 씻어내라」고 하셨다. 제사 때에도 술을 올리지 않고 맑은 물로 잔을 올리니 물론 음복도 없어졌다.

부친께서는 지난 세월 부인과 자녀들에게 준 상처에 대한 보상으로 몸소 단주를 하시면서 삶의 변화를 보여 주셨다. 또한, 20여 년 외짝교우로 지내신 어머니에 대한 보상, 아들이 회복되어 가는 여정을 보시고 칠순의 나이에 성당을 스스로 찾아가서 세례성사를 받으셨다. 그 후 14년의 단주생활과 신앙인으로 생활하시다가  84세로 주님의 곁으로 가셨다. 나는 상주로서 모든 친지들에게 술 없이 장례를 치르겠으며, 앞으로 집 안의 어떠한 행사에도 술 없는 모임을 실천하겠다는 말과 함께 묘지 위에 뒤늦게 즐기시던 커피를 부어 드렸다.

 

역기능 가정은 또 다른 역기능 가정을 대물림한다

알코올 의존자를 둔 가족 내의 역기능은 알코올 중독자 자녀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전달된다. Wegschider는 이들이 자신의 가족구성원과의 상호작용 유형에 따라 적용된 4가지 역할 - 가족 영웅(Family Hero), 희생양(Scape goat), 잊혀진 아이(Lost Child), 귀염둥이(Mascot)의 행동역할을 해 겉으로는 건전하고 잘 기능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그 문제가 나타나지 않는 것일 뿐이며, 성인기에 나타나는 알코올 중독자 성인아이(ACOA; Adult Children of Alcoholics)의 문제는 중독자 자녀의 아동기 경험의 심각성을 알려준다.

역기능 가정 출신의 자녀들은 일정한 행동과 태도상 특징을 지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데, 슬레지(1996)는 어떤 가정의 수치스러운 것은 자녀에게 수치심에 기반을 둔 정체감을 만들어 줌으로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이 될 수 있으며, 충동적인 행동과 중독증으로도 발전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가정에서 자란 성인아이에게는 적어도 사람을 신뢰하고, 감정을 처리하고, 우울감을 느끼고, 책임감을 다루는 데 있어서 문제가 있다고 한다.

 

성인아이들의 치유를 위해서는 내적 상처를 발견해야

고전적 정신 분석학이나 일반 심리학 이론에서 모든 인간의 행동은 정신에너지와 어린아이 시절의 경험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한 사람의 현재의 행동을 이해하고 치유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의식 혹은 무의식적 갈등과 동기를 유발하는 구체적인 원인들을 발견해야 된다는 말과 같다. 바로 이것이 성인아이들의 내적 치유를 위한 첫 번째 단계이다.

과거의 상처가 무엇이든지 그 상황을 찾아내 이미 고착되어진 우리의 현실에 대한 과거의 이해나 신념체계, 가치관 즉, 삶의 정체성을 바꾸어 소유지향적인 삶이 아닌 존재지향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경험들 가운데 너무 고통스러워서 당시에는 현실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경험이거나, 혹은 여러가지 이유로 충분히 슬퍼하지 못했던 고통이나 상실감 등으로 인한 정서적 상황을 성인아이 12단계 프로그램에서 재 경험한다.

과거의 상실이나 상처를 경험할 때 그러한 심리적인 작용들은 우리 안의 잠재된 고통의 부정적인 에너지를 방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만일 그 에너지를 충분히 분출하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만성적인 고통이 오는데 Kritsberg는 그것을 「만성적 충격」이라 부르고 Charles Whitfield는 「강박 충동의 반복」이라고 부른다. 즉, 만성적 충격으로 한한 강박적 사고를 직면하고 자유로운 그리고 자신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오늘도 회복을 위한 12단계 공동체의 성인아이 프로그램에서 나의 상처를 들어내고 타인의 상처를 들어주며 오늘 하루를 주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