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 국회의원

저는 체력 하나는 자신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음식을 남기는 법도 없었고, 술자리에서는 주는 잔을 마다하지도 않았었습니다. 바쁜 일정, 잦은 식사약속으로 틈틈이 운동은 많이 하지 못했지만 타고난 체력만은 믿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새 젊은 해군 장교 시절의 돌고래처럼 날씬했던 몸매는 사라지고, 배는 점점 나오고, 하체는 약해지는 전형적인 「여의도 체형」으로 바뀌고 말았죠. 그래서 지난 6월에 이 악순환을 벗어나기 위해 전격 다이어트 선언을 했고, 지난 여름 피나는 노력 끝에 10주 만에 17kg 감량에 성공했습니다.

다이어트 공개 선언을 하며 7가지 약속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폭탄주 마시지 않기」였습니다. 「알코올은 비만의 적」이라는 지적 때문이었죠. 사실 정치인들 만큼 술자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행사장, 지역, 잦은 식사약속 그리고 상가에서 주는 술 잔을 마다하기 참 어려운 직업입니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공개선언하면서도 금주가 아닌 절주 특히, 비뚤어진 음주 문화의 상징인 폭탄주를 끊기로 한 것이죠.

그 전에 폭탄주를 마실 때에는 잘 몰랐지만, 막상 끊고 나니 그 폐해를 절실히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과음, 과식을 하지 않으니 부었던 몸이 가라앉고 컨디션이 좋아졌습니다. 억지로 술을 강권하는 획일적인 문화의 부당함은 물론, 음주로 인한 사건사고의 중심에는 항상 폭탄주가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뇌와 식도, 위 그리고 장기를 손상하고 암을 유발하는 등 우리 인체에도 치명적이란 사실 역시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야 의원들의 뜻을 모아 국회 내에 「폭·소(폭탄주 소탕) 클럽」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국회에서부터 앞장서서 폭탄주를 근절해 깨끗하고 건강한 청정정치를 구현하자는 취지입니다. 40명이 넘는 여야 의원들이 회원으로 가입했고, 사회 각 분야의 지도급 인사들도 동참의 뜻을 밝혀왔습니다. 앞으로 「폭·소 클럽」은 과도한 음주, 알코올 중독, 미성년자 음주, 음주로 인한 각종 폭력사고 등의 치유와 예방을 위한 입법활동을 하는 것은 물론 이를 위한 재정 지원과 공청회, 가두 캠페인 등을 통해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음주문화 치유에 앞장 설 것입니다.

건강한 몸에서 건강한 마음이 나옵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정치인이 깨끗한 정치를 실천할 수 있습니다. 정치가 국민들로 부터 불신받고 있는 이때, 「폭·소 클럽」의 활동은 국민들의 기대와 신뢰를 되찾기 위한 하나의 작은 출발이 될 것입니다. 건전한 음주문화를 정착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