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련 | 명지대 교수· 식품영양학과

최근 들어 A씨는 부쩍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다. 직장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건강진단에서 과체중에 고지혈증이라는 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에서 임원급인 A씨는 직책상 외식을 피하기 어렵고, 술도 자주 해야 하는 어려움에서 벗어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아내는 건강을 위해 보약을 지어오는 등 정성을 기울이지만, 보약이 A씨의 건강을 보장해 줄 지는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매스컴에서 발표되는 각종 건강 관련 보도는 우리나라에서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등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는 통계치를 보여주고 있어 A씨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건강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중년기

일단 성인이 되면 생리적인 성장이 끝난 시기이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섭취한 에너지는 우리 몸 안에서 체지방으로 전환되어 저장된다. 중년기는 서서히 갱년기로 접어드는 시기이므로, 성호르몬 분비의 변화로 체내 비만 조직의 분포가 달라지고 이에 따라 골격 속의 칼슘도 빠르게 빠져나오며 정신적으로도 허무감에 사로잡히는 등 생리적·정신적으로 건강관리에 어려움이 많은 시기이다.

199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의 주관적 평가에 따른 건강자의 비율은 42.6%에 불과해 영국의 75%, 스웨덴의 77%, 이탈리아의 62%에 비해 아주 낮았다. 중년기 연령층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비타민제를 복용하거나, 보약을 찾고 때로는 희귀한 정력보조제까지 찾기도 한다. 그러나 적절한 영양섭취와 규칙적인 운동 그리고 금연, 절주, 적당한 수면이라는 어렵지 않은 생활습관의 개선으로 우리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심지어는 몇몇 종류의 암도 건강 체중을 유지하면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년기 건강을 보장하는 식생활

1998년 자료에 의하면 에너지를 일일 권장량의 125%이상으로 과도하게 섭취하여 비만의 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30~49세는 17.5%, 50~64세는 11.9%로 나타났고, 단백질을 125% 이상으로 섭취하는 사람의 비율은 30~49세가 38.2%, 50~64세도 27.1%로 나타났다. 반면에 칼슘은 같은 연령층에서 57.4%, 66.5%가 권장량의 75% 이하로 섭취하고 있어 많은 사람이 골다공증의 위험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렇듯 우리 국민도 중년층에서는 고기보다는 과일과 채소 섭취를 강조하는 서구식 식생활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일과 채소는 상대적으로 에너지 함량은 적고, 지질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중년기에는 특별히 섭취를 증가시켜야 한다.

다양한 색깔의 과일과 채소는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좋은 이소플라빈과 같은 여러가지 건강에 이로운 물질들을 함유하고 있어 최근 주목받고 있다. 또한 전립선암, 대장암, 유방암, 변비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식이섬유의 좋은 급원이기도 하다. 동물성 식품으로는 가능하면 생선을 즐기고, 두부와 같은 콩 제품도 자주 먹어주는 것이 좋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유를 반드시 마시고, 우유의 소화가 어려운 사람은 떠먹는 요구르트나 칼슘강화 두유를 신경써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성인을 위한 식생활 지침

▶ 과일, 채소, 우유 제품을 매일 먹자

▶ 지방이 많은 고기와 튀긴 음식을 적게 먹자

▶ 짠 음식을 피하고, 싱겁게 먹자

▶ 활동량을 늘리고, 알맞게 섭취하자

▶ 술을 마실 때는 하루 1~2잔 이내로 제한하자

▶ 세 끼 식사를 규칙적으로 하자

▶ 음식은 먹을 만큼 준비하고, 위생적으로 관리하자

▶ 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식생활을 즐기자

건강한 식생활 실천을 위한 생활의 지혜

▶ 외식할 때에는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눈에 보이는 기름은 떼고 먹는다. 아무리 아까워도 조금 모자란 듯 느껴질 때 숟가락을 놓는다. 특히, 술의 양을 줄이고 기름진 장어나 삼겹살 안주는 절대로 피한다. 가능하면 상대적으로 에너지 함량이 적고 채소가 많은 한식을 메뉴로 선택하되 절대로 짜게 먹지 않으며, 제공되는 국물을 다 마시는 습관을 버린다.

▶ 조리할 때에는 건강을 위협하는 튀김 음식을 피하고 가능한 찜 요리를 이용하며 생야채를 즐긴다. 또한, 너무 달거나 짜지 않게 조리해 간을 싱겁게 하고, 꼭 필요한 사람은 식탁에서 소금이나 간장을 추가하도록 한다.

▶ 배고플 때 시장보기를 피하고 식품을 구입할 때에는 반드시 영양표시를 확인하며 특히, 고기 종류나 유제품도 지방함량이 적은 것을 고른다.

▶ 습관적인 간식 섭취를 피하고, 가능하면 과일과 채소로 대신하며 대·중·소 크기로 만들어진 것은 반드시 작은 것으로 고른다.

▶ 생선과 콩 제품의 섭취를 늘리고, 기름은 들기름을 많이 사용한다.

▶ 음식은 한자리에 앉아서 먹고, TV를 보는 등의 다른 일을 하면서 먹는 습관을 버린다.

▶ 가능하면 자신이 하루에 먹는 음식의 종류와 양을 기록하고 모니터링하는 습관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