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약물사용과 남용은 더 이상 구미문화권의 문제만이 아니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현재진행형이자 향후 그 빈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이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기 약물 사용은 사용자에게 미치는 신체적, 심리적 영향 외에도 공격적 행동 등 여러 파생문제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특히, 청소년의 음주와 청소년 비행ㆍ범죄간의 관계는 매우 밀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소년기 음주는 주로 가택침입 강도행각, 절도, 위조, 방화 등과 같은 강력 범죄와 높은 상관이 밝혀지면서 음주와 비행 간의 상관관계는 학계의 주된 관심거리 중 하나이다. 과연 청소년기의 음주와 비행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청소년의 음주와 청소년 비행ㆍ범죄는 매우 밀접

전통적으로 학계에서는 청소년 음주와 비행 간의 관계를 세 가지 관점에서 설명하곤 한다. 첫 번째 관점은 청소년 비행이 음주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는 관점이다. 비행은 주로 유사 또래와의 집단문화에서 자행되는 경우가 많은 바, 그 또래집단 안에서는 음주를 비롯한 약물에 쉽게 접할 수 있고 약물사용을 권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 관점은 음주행동이 비행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음주는 인지적ㆍ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의 분별력을 약화시키며 불안이나 분노 등의 정서를 쉽게 유발 하므로써 비행으로 이어지기가 쉽다는 것이다. 또한 비행또래 내에서 음주가 빈번히 이루어지는 바, 이들이 술을 구하기 위해 폭력 및 절도 등 비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 관점은 소위 「공통요인 관점」으로서 비행이나 음주 등 제반 행동의 저변에 이들을 유발하는 제3의 공통적인 원인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 따르면 음주나 비행 중 어떤 것이 원인으로 작용한다기 보다는 제3의 요인들이 이 둘과 공통적으로 관계가 있어 음주와 비행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 공통요인의 관점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으나 세 관점 모두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마도 세 가지 관점이 청소년 음주와 비행 간의 관계를 부분적으로 설명하고 있을 것이다.

부모-자녀간에 정서적 유대가 부족할 때 비행과 음주의 발생빈도가 높다

최근에 국내에서 청소년의 음주와 비행간 관계를 경험적으로 연구한 결과들에서도 상기 설명들이 잘 드러나고 있다. 김용석과 박명숙(2000)은 음주와 비행이 모두 제3의 공통요인에 의해 발생하며 이 중 부모의 양육태도가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하였다. 김용석 등은 부모의 양육태도 중에서도 특히 부모-자녀간에 정서적 유대가 부족하거나 자녀에 대한 부모의 감독이 부족할 때 특히 비행과 음주의 발생빈도가 높다고 하였다. 김헌수와 김현실(2002)은 음주가 비행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특히 부모-자녀 관계, 부모의 양육태도, 가정만족도, 부부관계 등이 부정적일 때 청소년 자녀의 음주로 이어지기 쉬우며 이는 비행의 선행요인이 된다고 설명하였다. 김용석(2004)은 공통요인 관점을 지지하면서 주변에 비행을 경험한 친구가 많으며 이들 친구들이 음주를 자주 할수록 함께 어울리는 다른 청소년도 음주와 비행 모두를 일으킬 가능성이 커진다고 하였다. 연구의 결과들은 일견 다양해 보이지만 가정내 요인, 특히 부모-자녀 관계와 주변 또래의 질을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정신역동적으로 음주를 비롯한 약물사용의 이면에는, 부모와의 잘못된 관계에서 생겨난 화나 적개심 등의 감정이 적절히 처리되지 못하고 억압되어 있으며 약물을 통해 이런 감정으로부터 도피하고 동시에 자기를 파괴하는 무의식적 경향이 숨어있다고 본다. 상담현장의 경험을 통해 보아도, 부모-자녀 관계가 오랜기간 잘못되어 있고 이로 인해 느끼는 불만과 고통을 자기자신에게 돌리거나 심하게 억압하는 청소년들이 음주행동에 쉽게 빠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즉, 억압된 화나 분노를 정당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약물사용이라는 자기파괴 행위로 다소 배출하면서 결국 그 감정으로부터 도피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경향은 다른 약물사용이나 중독경향에서도 드러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음주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다른 약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에 음주로 이어지는 경향이 많을 뿐이다. 그러나 이런 청소년의 음주행위는 화나 분노로부터 도피이니만큼 결국은 축적된 감정의 비정상적인 분출을 예견하고 있어 매우 위험하다. 특히 이런 음주행위와 이어지는 비행에 있어 주변 또래들은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음주와 비행을 쉽게 일삼는 비행또래야 말로 분노의 억압과 파괴적 분출이라는 두 가지 심적욕구를 가장 잘 자극하기 때문이다.

청소년 음주와 비행을 막기 위해 가정의 가능 회복이 중요

이런 배경에서 청소년 음주와 비행을 막기 위한 해결책으로 많은 학자들은 가정의 기능 회복을 들고 있다. 부모-자녀 관계가 애정을 바탕으로 다시 자리잡고, 동시에 부모가 정당한 권위를 가지고 자녀의 음주나 비행을 감독하고 계도한다면 음주와 비행 행동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음주 등의 약물사용은 이를 빈번히 접촉하는 청소년들에게 국한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비행또래와의 관계에 대한 가정 및 학교의 감독과 교육, 그리고 청소년 음주문제에 대한 사회적인 경각심을 고취하는 것 또한 중요한 예방책이 될 것이다.

정찬석 / 한국청소년상담원 선임상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