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술만 마시면 가족들을 괴롭히는 아버지를 잠잘 때 목 졸라 살해한 여중생 사건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또한 술을 먹고 상습적으로 자신의 어머니를 구타, 어머니의 신체적 폐해를 보도했던 일은 술로 인한 가족폭력에 이은 가정 파괴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처럼 술로 인한 폐해는 우리 주변에서 적잖게 목격된다. 왜 사람들은 술을 마시면 이처럼 폭력적이 되고 가정을 파괴하기 까지 할까.

술은 뇌세포의 파괴를 가속적으로 촉진시킨다. 다시 말하면 자연적인 뇌세포 파괴 외에 음주가 뇌세포의 손실을 고의적으로 초래케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장기 대량 음주는 정신의학적인 장애도 적지 않게 불러온다. 우울, 불안, 두려움, 히스테리, 자기연민 등 참으로 많은 증상들이 나타난다. 이와 같은 증상들은 알코올이 뇌 조직에 직접 작용하여 조직의 이변을 일으켜 비정상적인 사고, 기복이 심한 감정 그리고 충동적인 행위를 외부로 노출시키는 현상을 자아내는 것으로 알코올의 인체 침식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준다.

알코올로 인한 폭력으로 가정이 흔들리고 있다. 이젠 그 가정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 절실하다. 알코올의존자 대부분이 가정을 이루고 있고 이들의 알코올의존으로 인한 역기능적 요소가 가족모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알코올의존자 개인에 대한 치료와 개입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이들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경험하게 되는 총체적 역기능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고 있다.

 

알코올의존증이란?

알코올의존증 환자 중 대부분 처음 술 마시게 된 이유로 「잠이 안와서」「스트레스 때문에」 등을 꼽는다. 여러 이유 막론하고 「한잔 술」의 유혹이 알코올의존을 부르게 되는 것이다. 소량이라도 매일 술을 마시게 되면 뇌 환경의 변화를 초래하고 뇌는 차츰 압박요인을 술로 푸는 조건반사를 만들어 낸다. 결국 알코올 섭취는 자동적으로 습관화 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장기적인 알코올 섭취로 인해 정신적, 신체적, 사회적으로 피폐되어 있기 때문에 원기를 회복하고 장차 술과의 전쟁을 시작함에 앞서 신체적 기능회복을 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 가족 중 알코올의존자가 있다면 본인 스스로 해결하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알코올의존은 본인만이 아니라 가족이 다 함께 이겨내야 하는 질환이다. 따라서 환자와 의사 그리고 가족들이 삼위일체가 되어 노력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힘들다.

 

늘어나고 있는 여성 알코올의존

「키친 드링커」란 말이 있다. 알코올 의존증에 빠진 주부들을 일컫는 신조어다. 즉, 주부들이 가족들이 없는 시간에 부엌에서 혼자 술을 계속 마신다는 말이다. 얼마 전 한 프로그램에서 「주부알코올 중독자」실태를 상세히 소개, 이를 본 시청자들을 충격에 휩싸이게 만든 적이 있었다. 현재 국내 여성 알코올 중독자 수는 60만에 이른다고 한다. 주부 알코올의존자 문제가 심각한 건 술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끼치는 영향이 보다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심한 경우 어머니가 늘 취해있는 가정의 경우엔 「가정파괴」의 위험까지 초래할 수 있다.

알코올의존증은 우울증을 함께 앓는 여성들이 많다. 우울증은 음주의 원인이기도 하고 결과이기도 하다. 상태가 심각할 경우 일단 병원에 입원해 술을 끊은 상태에서 우울증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자신이 술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수치스럽게 느끼는 데서 온 우울증이라면 술을 끊는 것만으로도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다. 여성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특성을 가진다. 남편이나 가족에게서 버림받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그런 상황에서 술을 찾는다. 그러므로 될 수 있는 한 함께 있어주는 게 중요하다. 직장 때문에 귀가시간이 늦을 때는 친정식구나 아내의 친구에게 부탁해 아내와 함께 있도록 한다.

 

알코올로 인한 자녀들의 고통

부모들이 알코올의존자라면 아이들이 받는 고통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 부모의 알코올의존으로 인해 정상적인 가정환경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아동, 청소년기의 의존적 욕구가 충분히 다루어지지 못해 많은 부적응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런 가정의 자녀들은 정상인의 자녀들보다 우울증이 더 많고, 더 충동적이고, 또한 반사회적 증상을 많이 가지게 된다. 자녀가 혼란스러운 가정에서 자라면서 받게 될 정신적 충격이 자칫하면 아이들의 성격 발달상의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알코올의존증의 부모들을 보며 성장한 자녀들은 이것이 자녀들의 탈선을 부추기는 꼴이 되고 만다. 또한 부모로 인해 생기게 되는 각종 임상적 질병들인 태아성 알코올 증후군, 성인기의 알코올중독, 과잉행동 장애, 성인기의 우울증 등이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에 비해 높다는 것이다. 이것은 또 다른 알코올의존증을 부르게 되어 가정환경이 자녀들의 성장과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이처럼 알코올의존자 대부분이 가정을 이루고 있고 이들의 알코올의존으로 인한 역기능적요소가 가족모두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알코올의존자 개인에 대한 치료의 중요성뿐만 아니라 이들의 배우자와 자녀들이 경험하게 되는 총체적 역기능에 대한 치료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부모로 인해 생기게 되는 각종 임상적 질병들인 태아성 알코올 증후군, 성인기의 알코올중독, 과잉행동 장애, 성인기의 우울증 등이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에 비해 높다는 것이다. 이것은 또 다른 알코올의존증을 부르게 되어 가정환경이 자녀들의 성장과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가정파괴에서 가정회복으로

다사랑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알코올의존 환자 700여 명을 조사한 결과 가족력이 알코올 중독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술 마신 후의 행동이나 행태에 대해서는 폭언이 27.4%, 폭력행사가 25.5%로 높게 나타났다. 또 알코올의존자의 술 문제에 대한 가족력을 조사해 보았는데 아버지가 40.3%, 없다가 24.9%로 조사되었다. 특히, 아버지, 어머니, 형제, 부모와 형제, 어머니, 자녀를 합치면 70%에 육박했다. 이러한 수치는 알코올의존증이 단순히 환자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며 가정이 함께 극복해야 되는 질환임을 강하게 입증하는 것이다.

알코올의존증을 치료해 나가는 과정에는 가족들의 깊은 동참이 무엇보다 필요하며, 이러한 가족의 협력은 치료의 배가를 가져온다. 환자에게 보내는 관심과 사랑이 적극적인 치유 방법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온전한 회복의 지름길이 되며 단주성공률을 높이게 된다. 특히 알코올의존증 치료의 결심과 노력은 본인과 가족모두에게 필요한데 이는 치료 의지를 가져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단주를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음주했던 시간을 채우면서 환자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다른 활동들이 개발되어야한다.

 

가족과 함께 시간은 본인 및 가정의 회복을 돕는 길

음주가 주는 즐거움을 대신하는 것으로 취미 활동 등을 시작, 되도록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본인의 회복뿐만이 아닌 가정의 회복을 돕는 길이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알코올의존의 예방과 치료이다. 가족 중 누군가의 음주나 과음이 후에 가정파괴까지 불러 일으키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다. 서로간의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이 지속될 때 알코올의존은 예방 될 수 있으며 보다 빠른 치료가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알코올의존증은 치료가 빠를수록 회복도 빠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석산 / 다사랑병원 원장